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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살면서 생긴 습관중 하나가 2주에 한번씩 5번가의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과 매디슨 애비뉴에 있는 바니스 뉴욕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구경하는 것이다. 사진을 좀 제대로 찍으려면 밤에 가야하는데 낮에는 유리창에 비친 반대편건물의 모습이 죄다 찍히기 때문이다. 대개 여성용 버그도프 굿맨을 처음 가서 사진을 찍고 길건너 남성용 버그도프 굿맨을 갔다가 조금 내려가서 루이비통을 보고 왼쪽으로 꺾어 미우미우, 샤넬을 보고(샤넬에서는 기대를 거의 안한다. 이곳은 윈도우 디스플레이에 별로 신경을 안쓰는 듯 하다) 다시 왼쪽을 꺾어 바니스로 간다. 바니스 가는 길에 토즈가 있는데 토즈는 눈에 들어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그랬는데 어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영화용 필름케이스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것. 필름으로 작업하는 영화가 많이 줄었고 디지털 작업이 일반화된 요즘 흔히 볼 수 없는 필름케이스인데 이렇게 보니 반갑다. 이 디스플레이를 보니 최근 영화'아티스트'에서 남자주인공이 불길에 휩싸인 방에서 자신의 영화필름을 구해내는 모습이 떠오른다. 2000년대가 배경인 영화에서는 나올 수 없는 상황. 아마도 외장하드를 들고 나오겠지ㅋ 문뜩 나도 필름으로 작업을 한번 해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돈이 많이 드니까;;) 점점 없어진다고 하니깐 아쉽다는...

케이스의 소재때문에 빛이 반사되어 산만한 느낌이다. 신발이나 가방을 돋보이게 하지는 않지만 영화광?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내가 좋아하는 디빽@.@ 그렇다고 사고 싶은 1순위는 아니고 보기에 좋아보이는 뭐 그런...ㅋ 

모형으로 제작한 카메라. 가죽으로 만든 꽤나 세심한 모형ㅎㅎ

 

디렉터스 체어까지 토즈의 로고가 새긴 모습으로 등장! 와우 멋지다. 확성기와 슬레이트까지 작은 것도 놓치지 않았다ㅎㅎ

예전에 영화'똥파리' 양익준감독님의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감독님은 영화에서와는 달리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신나게 웃는 유쾌한 남자였다. 도빌영화제에서 상받을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는데 당시 영화제 사정이 좋지 않아 감독님이 상받는 해에 에르메스가 제작하는 디렉터스 체어를 받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ㅋ  저 의자를 보고 그 생각이 바로 났다.

일년쯤 디스플레이를 보다보니 느끼는 건 기대를 하게 하는 브랜드가 있고 늘 별로이거나 가끔 괜찮은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브랜드가 있다. 토즈는 가끔 어쩌다 눈에 띄었는데 이번엔 글까지 쓰게 만들었다. 지금 서울의 토즈매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어떤 브랜드는 전세계적으로 통일을 하고 아닌 곳도 있던데 말이지. 토즈에서 무한감동을 받고 바니스로 이동.

전 파리보그의 편집장 카린 로이펠트가 작년에 파리 보그를 그만두고 바니스로 이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바니스에서 디스플레이를 담당한다는데 그녀가 처음 선보였던 디스플레이는 상업적이라기보단 작가의 설치작품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말은 즉, 도통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고 나에겐 어려웠다는... 그러나 계속 지켜본 결과 첫작품보다는 지금이 좀 더 재밌고 와닿는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것 같다.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의 랑방 재직10주년 기념 헌정 디스플레이. 

 

 

그가 랑방을 맡은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니...예전에 톰포드가 이브생로랑을 맡기 전, 알버 엘바즈가 이브생로랑의 수석 디자이너였는데 개인적으로 알버 엘바즈도 톰포드도 아닌 지금의 스테파노 필라티의 이브생로랑이 좋다. 지금은 누가 어디에서 뭘하는지 잘 모르지만 어릴 적 패션에 미쳐 잡지를 외우고 있던 시절엔 줄줄 꿰고 있었다ㅎㅎ

몇년 전부터 최근까지의 컬렉션 중 대표작인 것 같은 의상들 모음. 우주선안에서의 무중력상태를 표현한건가?ㅋ  

섬세한 의상을 보다가 넋이 나가 버렸다 후아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갤러리를 보는 것 같은데 어떤 갤러리의 현대미술품보다도 재미있다. 상업적이라서 어렵지 않고 접하기도 쉽다. 간혹 연극무대가 연상되기도 한다. 디스플레이는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사라지기 전에 사진을 찍어 놓지 않으면 영영 다시는 볼 수 없는 존재이다. 어쩔 땐 그냥 치워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다. 나는 이런 모습을 찍어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다. 이것이 내가 기록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