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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줄무늬 티셔츠를 즐겨입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옷을 고를땐 먼저 눈에 들어오는게 줄무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입고 있다;;)
몇년 째 입다보니 옷장에 색깔별로 10벌정도 있는데 가장 만만해서 가장 많이 입고 빨아서 너덜너덜해 진건 동대문에서 산 티셔츠고 큰맘먹고 산 A.P.C. 티셔츠는 옷장에 얌전히 걸려있다. 그렇게 모셔놓고 안 입을거면 왜 사는 지 모르겠지만 나의 줄무늬 사랑은 영화를 보면서도 멈추질 못한다. 

'미치광이 삐에로'

아주 잠깐 나오는 부분인데도 잊혀지질 않았던 것 옷 뿐만이 아니라 이 남자의 갈색머리, 선글라스, 하늘색 줄무늬, 안나 까리나의 모자, 짧은 소매의 흰 티셔츠 그리고 바다가 너무 잘 어울렸다는 생각에서다. 이 남자, 하의는 크림색 반바지를 입지 않았을까에 한표. 다 보지 않아도 이 정도의 센스를 갖춘 남자라면 신발까지 이쁜걸 신었을 것 같다.

영화는 아니고 영드 '쓸쓸한 옛날 식료품점'

'쓸쓸한 옛날 식료품점'이라는 이름이 맘에 든다. 영국이 배경이라 프랑스에 대해서 적대적인 부분이 나오는데 (솔직히 어떤 감정인건지 잘 모르겠다. 옛날 영화보면 영국사람들 프랑스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프랑스제는 세련됐다고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마다 다른건가) 식료품점에서 주인이 자기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말하는데 줄무늬 옷 입은 사람이 들어오니까 프랑스인은 제외라고 총겨누는 장면.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고 프랑스인은 졸지에 당황해서 나간다는;; 줄무늬 티셔츠는 프랑스사람들을 가리키는 대명사격인 옷인듯. 그러고보니 내가 고른 영화들도 대부분 프랑스 영화다. 그나저나 억울해보이는 저 아저씨가 입은 줄무늬 티셔츠 쫀쫀해 보이는 것이 좀 탐난다ㅎㅎ

'귀여운 반항아'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어릴 적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에구구 너무 귀엽다. 분명 줄무늬 옷입은 앞모습도 있었을텐데 영화를 찾을 수가 없다. 삭제한듯ㅠㅠ

'Reprise'

누군가는 그랬다. 이 영화는 노르웨이판 트레인스포팅이라고. 하지만 트레인스포팅은 극단적이지만 이건 그렇지 않다. 트레인스포팅보다 산뜻하다. 내가 좋아하는 청춘영화 중 하나. 여주인공 카리가 입고 있는 줄무늬 역시 눈에 띄여 캡쳐ㅋㅋ  

'해변의 폴린느'

에릭 로메르의 영화는 말이 참 많다. 그리고 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데 보다보면 재미있다. 또 색의 조화가 뛰어난 화면이 자주 등장하고 식탁에서의 대화가 많이 나온다. (영화 속 '만찬'-2에 추가할 영화들이 갑자기 막 생각난다ㅋㅋ) 줄무늬 옷을 입은 남자, 허우대 멀쩡하고 옷도 잘입었는데 극중 좋아하는 여자와의 관계에선 뭔가 핀트가 안맞는다고 해야하나. 보면서 내내 안타까웠다. 착한 것 같긴 한데 자신의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고 평생 그렇게 살아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보다보면 나또한 그렇지 않은가 반문하게 되는...

'봄 이야기'

역시 에릭 로메르의 영화. 위의 여자는 영화에서 비호감으로 나오는데 담배를 쥔 손으로 감자를 깎다니;;; 비호감에 비호감을 더한다. 예쁘지만 밉상! 

'베니스에서의 죽음'

이 미소년이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에 나오는 오스칼의 모델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닮은 것 같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화면이 전부 화보다. 의상뿐만 아니라 영화 미술까지 완벽하다. 비스콘티의 집요함이 제대로 전해진다.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나는 블로그 스팟에서 사진블로그를 하고 있다. 사진블로그의 시작은 길에서 옷 잘입은 사람들을 찍고 나서 찍힌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다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했으니까. 그런데 나는 사람들 찍는 것에 재미를 많이 못 느꼈다. 그래서
그만뒀고 원래부터 찍던 건물이나 풍경, 쇼윈도 위주로 사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언어인데 내가 현재 미국에 있다보니 영어로 제목을 쓰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영어가 짧아 원하는 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었다. 한동안 글없이 사진만 올리다가 요즘엔 한글로 짧게 글을 쓴다. 블로그스팟 특성상 세계각국에서 들어오는데 그들이 읽지 못하는 건 뭐 어쩔 수 없는 일^^  
예전부터 영화와 관련된 블로그를 하고 싶었는데 미루다간 영영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건 사진블로그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티스토리를 시작하게 되었다.(초대해주신 김피디님 감사합니다!)
고작 두번 썼지만 시간도 꽤 걸리고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소재 고갈될 때 까지 해보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