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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평양냉면 마니아가 되버렸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우래옥에서 평양냉면을 접했을 때 밍밍한 국물에 쫄깃한 맛이 없는 면발은 와닿지 않았다. 그뒤로 평양냉면을 먹은 기억이 없다. 가끔 함흥냉면이나 고깃집에서 입가심할 때 조금 먹는 정도였다. 잠시 해외에 거주했을 땐 풀무원 봉지냉면을 끓여먹었다. 그곳에서 맛있는 냉면을 찾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집근처 벽제갈비에서 처음 맛본 평양냉면은 놀라웠다. 난 왜 이제껏 이런 맛을 몰랐던걸까. 예전엔 밍밍하다고 느꼈던 고기국물도 은은하게 다가왔다. 국물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한 모금 마신 후, 메밀면을 입안에 한가득 밀어넣으면 그 포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고기국물과 메밀면의 조화가 기가막히다. 그 뒤로 나는 평양냉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벽제갈비만큼이나 좋아진 곳이 을지면옥이다. 이 곳의 외부 모습에 대한 묘사는 내가 좋아하는 박상미 작가의 책 '취향'에 잘 묘사되어 있어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을지로 공구상 속에 숨어 있는 을지면옥은 재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으면 하는 곳이다. 만약, 새로 지은 건물에 내부 가구까지 싹 다 바뀐다면, 글쎄, 그 맛은 반감될지도 모른다.
5번 자리에서 보이는 뜯는 맛이 있는 달력.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내부 인테리어. 바뀌지 말고 그대로 있어 줬으면...
처음 시켜본 편육(돼지고기) 반 접시. 달짝지근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이 날 편육의 상태는 좋았던 것 같다. 촉촉하고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한 비율이었다. 인터넷에서 보기론 차가운 편육이라는데 삶은지 얼마 안됐는지 온기가 느껴졌다. 냉면 먹을 때는 주지 않았던 김치도 적당한 단 맛이 입에 잘 맞았다.
편육을 먹고 있으니 나타난 냉면. 지난 번 보다 양이 더 많게 느껴지고. 기분좋게 싹 다 비웠다. ㅎㅎ 파와 고춧가루 빼달라고 주문하는 법도 있다던데 다음엔 그렇게 해봐야겠다. 순수한 고기국물을 즐기려면 그게 좋을 것 같다.
냉면을 콘탁스 T3로 찍어봤는데 역시나!! 만약 이정도 거리에서 콘탁스 G1나 T2로 찍었으면 뿌옇게 나왔을걸;;그런데 조금 놀란 것은 내가 찍었다고 생각한 구도가 이게 아니라는거다. 첫롤이라 아직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이렇게 가까이서 찍은 거 말고는 다 찍은 대로 나왔다. 그러니 고장인 것 같지는 않고...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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